2009/04/15 05:56

스탠포드 (Stanford University), 구글 (Google) 그리고 실리콘 벨리 (Silicon Valley)


스탠포드 (Stanford University)에는 SCPD (Stanford Center for Professional Development)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이 있다. 인근의 실리콘 벨리 (Silicon Valley)에서 회사를 다니며서, 파트타임으로 한두 과목씩 수업을 듣고 싶은 직장인들을 위한 프로그램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SCPD 학생들의 경우 수업이 이루어지는 시간에 회사에서 일을 해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보통 수업을 비디오로 녹화해서 온라인으로 제공한다. 이 때문에 실제 스탠포드 (Stanford University) 학생들도 수업에 들어가지 않고 그냥 온라인으로만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진1] 구글 (Google) 41동 (B41), 42동 (B42) 건물들을 이어주는 다리

어쨌거나 이번 학기에 자연어 처리 (Natural Language Processing)라는 수업을 (졸업을 하기 위해서 억지로) 듣게 되었는데, 프로그래밍 숙제들과 프로젝트를 그룹으로 수행할 수 있다. 개강 후 첫 1주일을 (블로깅 하면서) 어영부영 놀다가 뒤늦게 그룹 파트너를 찾고 있던 와중에, SCPD 학생 한 명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숙제를 같이 하자는 것이었다. 게다가 구글 (Google)에서 일을 한다고 하니 금상첨화, 구글 (Google)에서 일을 하고 있다면 평균 이상의 실력을 가지고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게되는 것이 사실. 함께 과제를 수행하면서 배우는 점이 많을 거라고 기대했었는데, 역시나 벌써부터 배우는 것이 많다.

[사진2] 구글 캠퍼스 (Google Campus)에 있는 공룡 (T-Rex) 화석 모형. 예전에 2006년에 방문했을 때는 보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그 때 그냥 보지 못한 것인지, 새로 생긴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같이 숙제를 하려니 함께 어디선가 모여서 해야하는데, 마땅한 장소가 없어서 요즘 계속 구글 (Google)에서 만나서 함께 숙제를 하고 있다. 내가 저녁 시간에 맞춰 구글 (Google)로 가서 같이 공짜 저녁 식사를 하고, 빈 회의실을 찾아 들어가서 함께 작업을 하는 식이다.

[사진3] 2006년 1월, 구글 캠퍼스 (Google Campus)를 LG의 지원으로 방문했을 때 찍은 사진.

솔직히 내 입장에서는 지긋지긋하고, 밋밋한 스탠포드 (Stanford University) 캠퍼스를 빠져나갈 빌미를 제공받는 것이니 마냥 좋다. 게다가 질 좋은 저녁 식사도 공짜로 할 수 있으니 금상첨화. 게다가 뭔가 스탠포드 (Stanford University) 학생이 아니라, 회사에서 일을 하는 파트타임 (SCPD) 학생이 된 듯한 느낌이 들어서 더 좋다.

[사진4] 구글 직원이 아니면, 위의 컴퓨터를 이용해서 일종의 이름 스티커를 출력해서 가슴에 붙이고 다녀야 한다. 그런데 가끔 놀러 가서 안 붙이고 다닌다.

대부분의 IT 회사들이 다 그러하듯이, 여기도 여기저기 화이트보드들을 많이 걸어두었다. 컴퓨터 전공자들은 대충 알겠지만 작업을 할때 함께 얘기하면서 끄적끄적 거리는 것만큼 효율적인 방법도 없다. 어쨌거나 함께 끄적끄적 얘기를 하면서 숙제를 하다가, 가끔 원두 커피를 내려서 마시고.. 

딱히 취업을 할 생각이 없었는데, 막상 구글 (Google)에서 며칠 기생을 하고 보니 실리콘 벨리 (Silicon Valley)에서 취업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5] 오늘 함께 작업을 한 회의실.

나와 함께 스탠포드 (Stanford University)에 입학한 동기들 몇몇이 오라클 (Oracle)에 취업을 하기로 했다는데, 갑자기 그 친구들이 부러워지기 시작하는 것 같기도(?) 하다. 

동부로 학교를 옮겨서 강화학습 (Reinforcement Learning)을 창시한 교수들과 함께 연구를 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긴 하지만, 요즘엔 석사를 마치고 바로 취업을 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사진6] 건물 내부 곳곳에 커피를 만들어 마실 수 있는 시설이 구비되어 있다.

뭐.. 어쨌든 한국의 IT 업계 종사자들이 구글 (Google)이나 실리콘 벨리 (Silicon Valley)에 대해서 막연한 환상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몇 마디 좀 더 적겠다. 

사람들끼리 장난삼아 하는 말로 실리콘 벨리 (Silicon Valley)에서 연봉이 1억이면 거지라고 한다. 딱히 틀린 말도 아니다. 일단 이 근처의 괜찮은 동네는 집이 너무 비싸서 월급쟁이 엔지니어들은 집을 구입할 수 없다. 팔로알토 (Palo Alto)의 괜찮은 동네는 집값이 수십억원이 되는 경우가 흔하다.

[사진7] 구글 (Google)의 실제 직원들 근무 공간. 큐비클들.

그런데 보통 실리콘 벨리 (Silicon Valley)의 엔지니어들이 받는 연봉은 5만불에서 12만불 사이. 보통 결혼을 하지 않은 싱글의 경우 전체 연봉의 40%를 세금으로 낸다. 그러니 연봉이 7만불 (대략 9천만원)이라면 본인의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4만불 정도 (대략 5천만원). 한 달에 대략 4백만원을 받는 셈이다. 그런데 이 일대의 물가가 미국의 다른 지역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어서 집 월세에 이런저런 생활비를 쓰고 나면 실제로 남는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게다가 자식이라도 한 명 있어버리면, (세금이 좀 줄어들긴 하지만) 따로 저축을 할 돈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사진8] 구글 (Google)의 한 로비. 건물의 왼쪽 벽에 화이트보드가 걸려있다. 아무 벽에나 붙어서서 동료들과 다양한 아이디어에 대해서 논의할 수 있다.

그 때문에 실리콘 벨리 (Silicon Valley)와 스탠포드 (Stanford University)에 만연하는 유행이 바로 창업이다. 창업을 해서 스탁옵셥으로 대박을 내지 못하는 이상 딱히 손에 돈이 남을 일이 없다. 그래서 괜찮은 아이디어를 빨리 구현해서 키운 다음에 구글 (Google), 마이크로소프트 (Microsoft) 등과 같은 대기업에 팔리기를 기대한다. 

실제로 스탠포드 (Stanford University)에서 전자공학 (Electrical Engineering)이나 컴퓨터과학 (Computer Science)를 전공하고 교수가 되는 경우는 (스탠포드에서 제공한 통계에 따르면) 전체 박사 졸업생의 1%에 지나지 않는 것을 고려하면, 스탠포드 (Stanford University)의 졸업생들 가운데 상당한 수가 창업에 도전을 한다는 사실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사진9] 구글 (Google) 건물 내에 걸려있는 조형물. 실제 존재하는 비행기의 모형이다.

그래서 학부 졸업생들 가운데 연봉이 높은 MBA와 법대 (Law School) 등에 진학을 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한동안 좀 많았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모기지론 (Mortgage Loan) 사건으로 MBA와 법대 졸업생들이 모두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대부분의 미국 금융권 회사들이 정부의 지원을 받게 되면서 당분간 외국인을 고용할 수 없게 되었다. 덕분에 유학생들의 경우 취업이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그리고 법률 회사들도 일이 끊기면서 채용을 하지 않고, 기존의 변호사들을 해고하는 등의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고 있다. 


[사진10] 구글 (Google) 건물

덕분에 월급은 많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교직의 인기가 많아지는 실정이다. 결국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이런저런 것을 뜯어보면 이것도 다르고 저것도 다르겠지만, 막상 큰 흐름을 보면 비슷비슷하다는 거다. 상당수 수의 엔지니어들은 나이가 들면서 자기 입지에 위협을 느끼고, 워싱턴디씨 (Washington D.C.)로 넘어가서 연방 공무원이 되기를 희망한다. 대학 입학을 앞둔 학생들은 엔지니어를 꿈꾸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교사가 되기 위해서 교육학과 (Education)로 진학한다.


[사진11] 우리가 작업을 했던 회의실을 건물 밖에서 본 모습

결론적으로 한국의 많은 엔지니어들이 가지고 있는 환상은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는 말이다. 실리콘 벨리 (Silicon Valley)가 한국의 IT 업계에서 일하는 것보다는 좀 더 좋은 쾌적한 재미있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수도 있겠지만, 결국 샤방샤방하기만 한 천국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돈을 잘 버는 사람들은 의사, 변호사, 금융권의 큰 손들이고 엔지니어들은 연봉의 상한선이 뚜렷한 편이다. 그리고 자신의 실력이 탁월하게 좋지 않다면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긴장감 속에서 살아야 하는 것이 엔지니어의 숙명인 듯.

[사진12] 구글 (Google) 내의 식당들 가운데 하나. 여기서는 보통 멕시칸 음식들을 먹을 수 있다.

오늘은 대충 이렇게 글을 마무리 한다. 이제 완성한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보고서를 쓸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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